가쿠란 소년과 세라복 소년이 만났다니... 가히 최고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까운 건 비교적 적은 분량 정도. 선배와 후배의 관계라는 점도 좋았고 또 후배가 성장에 두려움을 느끼는 성향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나이를 먹어 늙어가는 것이 두려워 끊임없이 보톡스를 맞서가 성형을 하는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 얘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작품의 리얼리티를 더해주는 설정이 훌륭하다.
중학생 시절은 남자와 여자의 특징이 두드러지며 성장하는 시절이다. 남자 아이는 목소리가 굻어지고 키가 막 크며 여자 아이는 가슴이 나오고 월경을 시작한다. 그런 두 성별에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성기 주위에 털이 자라나는 것이다. 자신을 여자처럼 생각하는 소년에게 그런 신체적인 변화는 두려운 것이다. 실제로 아이는 어른이 되면서 온갖 책임이 생기면서 삶이 힘들어진다. 또 비슷비슷한 능력을 가진 또래 세대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자, 외모가 뛰어난 자, 부모를 잘 만난 자 등으로 불평등한 현실에 눈을 뜨며 사회 경제적인 격차에 직접 온 몸이 맞닿기 마련이다. 특히 헬조선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케이는 영원히 마법이 걸린 채로 에쁜 케이 그대로, 예쁜 여자 옷을 입고 싶었을 지 모른다. 선배와 섹스를 하며 여자처럼 유두를 만져달라고 하면서 육체적인 쾌락에 기분 좋아지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린 아이의 마법의 세상은 이내 사라지기 마련이다. 요즘 현대 세계라면 더더욱 빨리. 피터팬처럼 원더랜드에서 살 수 없는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된다. 곁에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헬조선은 사랑과 연애조차도 사치다. 세계 최하위 저출산이 웅변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육체적인 쾌락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거라도 누려야 한다. 직접 할 수 없다면 환상 속에서라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고매하신 방통위, 헬조선 정부기관답지 않게 쓸데없이 부지런한 공무원 나으리들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하면서 여기서 비밀스러운 마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야, 딱히 누구한테 피해를 주지도 않은데 라고 조금은 자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의 보수주의자와 유대-기독교는 이 순간에도 탐욕스럽게 잔인한 이빨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희생양을 찾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의 이 마법이 부디 조금이라도 오래오래 지속되기를...